그러니 난 입 다물고 있을게요: 시그리 로버 데뷔앨범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



시그리 로버는 아으로라 악스네스와 함께 오랫동안
내 '뷔: 라름 성골 왕족'의 마지막 후예였죠.
아으로라 악스네스가 떠난 이후부터 아만다 텐퓨륻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하나 남은 성골 후계자였어요.

그래서 난 늘 시그리 로버의 작업이 마음에 안 들어도 딱히 크게 커멘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Don't Kill My Vibe와 거기서부터 이어지는 데뷔 EP,
Ѕucker Punch 같은 작업들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 ㅈ같은 Plot Twist에서 폭발했던 것을 제외하면 별달리 언급 않고 넘어갔었죠.
이 아이도 내다버리면 자리를 메울 사람도 없고,
그 와중에도 Raw EP나 Don't Feel Like Crying처럼 챔버와 비사 영향을 강하게 받은 노래들은 꾸준히 내줬으니까요.

그리고 이 데뷔 앨범의 리뷰어 카피를 받아들고,
난 오래 고민을 했습니다.

이 앨범은 Ѕucker Punch 파트, Don't Feel Like Crying 파트, Don't Kill My Vibe 파트로
4트랙씩 나뉘어지는 3EP 구성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3EP 구성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만들어진 앨범이에요.
굳이 티나 디코, 노마 진 마틴, 조애너 뉴섬의 무시무시한 작업물들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3EP 구성에는 기본적으로 각 파트의 중심이 되는 완성도 높은 트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 세 대표 트랙은 그 수준에 조금 못 미쳐요.
그런데, 그 와중에 각 파트의 첫 트랙으로 대표 트랙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Hang My Hat이나 Soft as Chalk 같은 결전병기급 노래를 만들어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인데 말이죠.
그나마 저 구성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대표 트랙들을 제외한 나머지 트랙들의 완성도가 극히 떨어져
대표 트랙이 상대적으로 잘 빠진 것처럼 들리는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난 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시그리 로버가 아으로라 악스네스처럼
나 같은 옛 팬들을 디칭하고 그냥 팔려가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걸 받아들고 나니 전혀 다른 방향의 걱정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시그리 로버에겐 제대로 된 앨범 하나를 구성할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를 걱정하게 되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와중에 Don't Feel Like Crying 파트처럼 굳이 나와 다른 옛 팬들을 위한 부분을
따로 만들어 넣는 것은 커다란 사치입니다.
이렇게 이리저리 흔들릴 게 아니라 뭐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걸 제대로 해봐야 해요.

네, 내가 리뷰어 카피를 보내준 앙카에게 결국 리뷰를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래서입니다.
차마 공식적으로 "너는 이렇게 다양한 방향의 노래를 할 능력이 없고,
돈벌이를 그만두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우리처럼 돈 안 되는 옛것들은 버리고 가렴."하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요.
솔직히 내가 이 앨범을 놓고 할 만한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아이가 제발 남아서 저 빈 왕좌를 차지해줬으면 하는거라면,
보내든 붙들든 뭐라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이미 우리에겐 아만다 텐퓨륻이라는 새로운 성골 공주님이 있습니다.
살짝 성골인지 진골인지 혈통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혈관과 골수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확신이 없어도 어쨌든 서류상으로는 흠잡을 곳 하나 없이 성골인,
시그리 로버보다 조금 부족한 정통성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챙겨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우리가 원하는 노래를 더 잘 소화해줄 준비가 이미 다 되어 있는 공주님이 있다고요.

그러니 이제와서 내가 시그리 로버에게 우리 버리고 가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만다 텐퓨륻이 있기 때문에 이제 비켜주라고 말하는 게 되는 거고,
반대로 붙든다면, 그건
"우리 공주님 장성할 때까지 자리 좀 지키며 플랜B로 있다가 필요할땐 꺼져줄래?"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러니, 난 침묵할 겁니다.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거예요.
난 사실 이런 상황에 뭐라도 말을 꺼낼만큼 뻔뻔한 사람이 되지 못해요.

덧글

  • Jutrix 2019/03/08 00:28 #

    Ѕucker을 로마자로 작성하면 포스팅할때 이글루스가 뻗어버린다는 것을 깜박해서-_-
    글을 한 번 날려버리고 S을 키릴문자로 고쳐 다시 썼다.

    원래는 세 배 쯤 더 길었던 것 같은데... 다시 쓰려니 귀찮아서-_-
  • 2019/03/08 02:57 # 삭제

    아.... 유봉? 삼국지 유봉 이야기였구나. 난 유선이 있는데 유ㅂ 뭐라기에 유선과 유방으로 듣고 뭐 이 아이 가슴 없는 게 문제라는 건가 했네. 정통 후계자인 유선이 있는데 유봉을 양자로 들여서 후계 정리 할 때 지저분해지기만 했다는 말을 한 거였구나.
  • Jutrix 2019/03/08 03:26 #

    저기 그게 내가 말한 exact words인 것 같은데?
    유선이 있는데 유봉을 양자로 들여서 괜히 후계 정리만 복잡해지고
    유봉한테도 못할 짓 하는 건 피해야지......라고 한 것 같은데?
  • 2019/03/08 04:27 # 삭제

    응. 근데 한 가지 정정하자면, 유봉이 아니라 유bång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걸 유선이 있는데 유방을 새로 들여서 괜히 수-경리만 복잡해지고 유방한테도 못할 짓....이라고 들었지. 뭐라는 거야? 뭔 변태 같은 소릴 하는 거야? 할라다 나도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걸 택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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