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19/02/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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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시아 시엔키에비츠를 눈여겨 본 건 언제부터인지 기억 나지 않네요.
아마도 할로우 쿼텟 시절에 앙카에게 소개받았겠죠. 얘 딱 네 취향으로 생겼다 하면서 말이죠.
사실 별로 눈여겨 본 적도 없었어요.
이 할로우 쿼텟을 접고 동생 야첵과 함께 만든 듀오 활동이 내게 인지 된 건,
단순히 작년 말에 그 해 발매된 3선 음악가들 앨범을 확인하다,
카샤 린스가 이 카샤라고 착각한 내가 이게 뭐지... 하다
저 성을 어렵게 다시 떠올린 김에 검색해서
작년에 싱글 두어개를 내놓고 듀오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죠.
어쨌든, 좋아요,
작년에 카샤와 야첵의 밴드, 사과꽃이 내놓은 데뷔 싱글
Dziś późno pójdę spać는 쉽게 내 주목을 끌만한 노래였고,
네, 저 노래를 듣게 된 이후로 난 이 아가씨와 그 동생의 활동을 유심히 지켜봤죠.
할머니 장례식과 외이도염으로 2주간 밀렸던 출시앨범 테플을 미뤄두고,
설연휴 시작과 함께 나온 이 앨범을 굳이 본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붙든 것을 보면
내가 이 밴드에 품은 기대는 내가 지각하고 있던 것보다 컸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이 표면만은 매끈하게 뽑힌 앨범이 실망스럽다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겠죠.
그래요, 이건 야심 없이, 매끈하게 잘 뽑힌, 가볍고 예쁜 앨범입니다.
하지만 좀 더 해야할 것만 같아요.
더 할 수 있을 거예요.
더 하는 게 당연하다고요.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노래에서 야첵이 서브 보컬에 머문다는 겁니다.
야첵은 카샤와 적어도 동등한 분량의 보컬을 배분받아야 해요.
Dziś późno pójdę spać에서 그랬듯이 말이죠.
그러니까, 이 밴드의 기악 구성은 카샤의 피아노,
야첵의 만돌린으로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퍼커션과 베이스의 비중이 너무 낮거든요.
무게를 잡아줄 게 뭐라도 필요하고, 적어도 그게 카샤의 보컬은 아니죠.
특히 야첵과 카샤가 노래를 함께 부를 때, 야첵은 자기 성량을 카샤에 맞춰서 낮추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밴드의 매력에 커다란 흠집을 내고 있어요.
아니,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별의 별 혼성 보컬 밴드에 대해 여성 보컬 비중 높이라고 울부짖는 내가,
남성 보컬의 비중을 높여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단 말이에요.
앨범에서 Dziś późno pójdę spać 외에 주목할만한 노래는
9번 Wzięli zamknęli mi klub과 11번 Wodymidaj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저 세 트랙만이, '뭔가 더 한' 트랙들이에요.
보너스 트랙인 Turysta도 뭔가 더 하긴 더 했죠.
하지만 이건... 사과꽃이 아니라 할로우 쿼텟의 노래잖아요.
그래요, 앨범 끝까지 와서 베이스 라인 두터운 할로우 쿼텟의 노래를 복습하니,
확실해지는 가장 큰 불만은 그겁니다.
무슨 베이스랑 원수졌어요?
대체 할로우 쿼텟의 콘트라베이시스트 시몬 비에헤텍과 무슨 싸움을 벌여서
시몬이 할로우 쿼텟을 탈퇴하고 얼마 안 가 밴드를 해체하고 남매끼리 새로 밴드를 꾸렸는지 모르겠지만,
대체 왜 시몬 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 모든 베이시스트와 원수진 것처럼 구냐고요?
아니 아무리 베이시스트랑 싸우고 밴드를 해체했다고 무슨 베이스 배제하고
피아노랑 만돌린만으로 노래를 만들겠대?
피아노는 퍼커션이 아니고, 만돌린은 베이스가 아니라고!!!!
뿌리도 밑둥도 없이 대체 어떻게 꽃을 피우겠다는 거야?
적어도 피아노 저음 화음이라도 제대로 넣던가!
퍼커션도 없는데 피아노를 부숴져라 내려쳐대야지,
저렇게 예쁘게만 치고 있으면 뭐하는데?
그렇죠, 당연히 더 해야하는 거죠.
그냥 베이스 하나 넣고 드럼 라인만 제대로 깔아도 노래가 살아나는데,
당연히 더 할 수 있죠.
할로우 쿼텟에서 지금껏 더 해 왔는 걸요.
그래요, 인정하죠.
데뷔 싱글 Dziś późno pójdę spać는 할로우 쿼텟이 해왔던 것 이상의 노래였어요.
하지만 이런 노래의 마이너 카피로 앨범 전체를 채워서는 안 돼요.
그걸로는 제대로 된 구성의 앨범이 만들어질 수가 없어요.
대체 시몬 비에헤텍과 무슨 싸움을 벌인 건지까지는
잘 번역도 못하는 폴란드어 웹을 뒤질 생각 없으니 모르겠지만,
제발 좀. 베이스 혐오를 멈춰주세요.
이건 베이스가 있어야만 하는 노래라고요!
그리고... 이제 나이도 슬슬 나이인데...
가사 잘 써 볼 생각은 없나요?


덧글
그냥 숏컷 잘 어울린다 싶으면 죄다 내 취향일 거라고 핀업 해주던 때임-_-;
네가 생각하는 로렌 리 스미스라면 오히려 이 카샤쪽이 더 내 취향이지.
어쨌거나 턱선은 약해도 미간에서 콧등선이나 눈꼬리 떨어지는 각도는 내 기준에 맞으니까.